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7월 첫 주일, 우리는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1월부터 시작된 시간들이 어느새 여름의 문턱에 도달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의 은혜로 지금까지 왔는가?”
오늘 본문인 출애굽기 23장 16절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처음 익은 열매를 거둠이니라…
이 말씀은 수확에 대한 규정이 아니라, 감사의 자세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맥추절은 유대력으로 7주절, 곧 오순절을 의미하며, 보리와 밀의 첫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드리는 절기입니다. 이 절기는 우리의 삶에 ‘처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 곧 전적인 의탁과 신뢰의 고백을 상징합니다.
1. 처음 익은 열매를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
성경은 하나님께 드릴 때 가장 좋은 것, 처음 것을 드리라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필요로 하셔서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보고 싶어 하시기 때문입니다.
‘처음’이라는 것은 늘 두려움과 믿음의 시험을 동반합니다. 수확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먼저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은 내 인생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고백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는 지난 6개월의 삶을 되돌아보며, 하나님께서 주신 수고의 열매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건강이 회복되었고, 일터가 유지되었고, 가정이 지켜졌고, 무엇보다도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 주셨습니다.
2. 수고는 우리의 몫이지만, 열매는 하나님의 것
본문에는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수고는 인간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수확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아무리 밭을 잘 갈고 씨를 뿌려도, 햇볕과 비와 땅의 영양분이 없이는 열매가 자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학업도, 일도, 가정도, 사역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지만, 열매 맺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감사는 ‘내가 했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하셨다’는 고백을 드리는 태도입니다.
3. 감사는 멈춤이 아닌 다시 시작의 믿음
맥추절은 한 해의 중간에 드리는 감사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멈추고, 다시 믿음으로 남은 반년을 준비하는 시작의 자리에 서야 합니다.
감사하는 자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지켜주신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간도 인도하실 것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맥추감사주일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 하나님을 바라보는 신앙의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떤 열매를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까?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진심 어린 ‘처음’과 ‘감사’를 원하십니다.
하나님께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것은, 단지 물질이나 성과를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내 삶을, 내 미래를 온전히 하나님께 맡긴다는 고백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남은 하반기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신뢰하며 살아가는 믿음의 삶을 결단합시다.
이 맥추감사주일이 우리의 감사를 회복하고, 신앙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나에게 묻는 질문
- 나는 올해 상반기에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
- 그 열매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어떻게 경험했는가?
- 남은 하반기를 어떤 믿음의 자세로 살아가고 싶은가?